'고의 패배 의혹' PO 미디어데이 참석한 전희철 감독 VS 최가온 선수,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를 지켜보며 느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언론사에 보낼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스포츠가 지켜야 할 가치와 교육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아마 많은 분들께서도 비슷한 고민과 공감을 느끼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글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최선을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결과를 가르치고 있는가
[사진] 최가온이 1차 시기에서 넘어졌다. 사진 | EPA 연합뉴스
스포츠 현장에서 우리는 늘 같은 가치를 말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
이 문장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교육의 출발점이다. 승패를 떠나 과정에서의 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수행하는 책임감은 스포츠를 통해 길러져야 할 핵심 가치다.
그러나 최근 서울 SK 나이츠 경기에서 제기된 논란은 이 당연한 원칙을 다시 묻게 만든다.
경기 운영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 혹은 결과를 고려한 선택이 있었다는 해석은 단순한 전략의 문제를 넘어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결과를 위해 과정을 조정하는 선택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한 명의 선수를 떠올린다. 최가온.
그녀는 올림픽이라는 세계 최고 무대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경기에 임했다. 1차 시기에서 아찔한 충돌로 크게 넘어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부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메달 도전은커녕 이후 시기 출전조차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일어났다. 2차 시기에서도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경기를 수행해냈고, 그 결과는 금메달로 이어졌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끝까지 자신의 수행을 포기하지 않았던 태도, 바로 그것이 스포츠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준다.
최가온 선수의 모습은 우리에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과정 속에서 결과가 따라오는 구조.
이것이 스포츠가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우리가 현장에서 가르쳐야 할 기준이다.
반대로 결과를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게 과정을 조정하는 순간, 스포츠는 더 이상 교육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프로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며, 학생 선수와 동호인, 지도자들에게 하나의 ‘모델’로 작용한다.
아이들은 말보다 행동을 통해 배운다.
지도자가 아무리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해도, 프로의 무대에서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면 그 메시지는 쉽게 무너진다. 상황에 따라 노력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 결과를 위해 과정을 조정해도 된다는 생각은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신호다. 현장의 지도자로서 이러한 장면을 마주할 때,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선수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승리를 위해서라면 과정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결과를 위해서라면 기준을 유연하게 바꾸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물론 현대 스포츠는 복합적인 환경 속에 놓여 있다. 시즌 운영, 선수 보호, 전략적 판단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도 ‘최선을 다하는 경기’라는 원칙보다 앞설 수는 없다. 스포츠는 결과 이전에 과정의 정당성을 기반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묻고 싶다.
이기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가.
최가온은 그 질문에 이미 답을 보여주었다. 결과를 계산하지 않고, 자신의 수행에 몰입하는 것. 그 태도가 결국 최고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지도자는 언제나 기준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완성된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진정으로 가르쳐야 할 것은 승리의 방법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다. 스포츠는 승리로 기록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과정이다.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는 오랫동안 기억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기준이 된다. 결국 이 논란은 한 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스포츠를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 결과를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최선을 가르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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