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을때,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인사가 사라진 교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6년에는 우리 사회에 조금 더
좋은 소식과 따뜻한 변화
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고 있지만, 동시에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인사
입니다. 얼마 전, 학교 수업 현장에서 수업 시작과 끝의 인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짧은 말 한마디이지만, 그 이야기는 제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초·중·고등학생 여러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책상 위의 패드 화면이 더 익숙해지고, 휴대전화를 몰래 확인하느라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고개를 떨구게 되는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는 순간만큼은
사람을 향해 집중하는 태도
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인사를 하고 다시 엎드려 자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관계를 여는 문은 열어두었던 셈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그 문마저 닫혀버린 것은 아닌지, 교육자로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예의’의 차원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관계의 문제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잠시나마 “이 문제를 공적인 공간에 정식으로 제기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해보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교육 현장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대학에서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교수’는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과 스포츠 교육을 가르치며, 현장에서 학생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사가 사라진 교실은, 언젠가
사람이 사라진 교육
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월 1일 새벽, 새해의 첫 마음으로 이 글을 언론사에 칼럼 형태로 보내며, 이 공간에도 함께 게재해 봅니다. 이 글이 누군가를 꾸짖기 위한 글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한 번
교육의 출발선으로 돌아가 보자는 제안
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업의 시작과 끝에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교육을 다시 사람에게로 돌려놓는 작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형주교수의 제언]] 마흔 한번째 이형주 교수의 이야기, "인사가 사라진 교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운동에는 준비운동과 정리 운동이 있듯, 교육에는 인사가 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 인사가 사라졌다. 이것은 거짓말 처럼 느껴지겠지만 현실이다.
수업이 시작될 때도, 수업이 끝날 때도 “안녕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 점점 들리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빠르게 지나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사는 단순한 말이 아니다. 인사는 관계의 시작이며, 태도의 표현이고,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운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준비 운동도 중요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리 운동이다. 몸을 풀지 않으면 부상으로 이어지고, 회복하지 않으면 다음 훈련이 무너진다. 그런데 우리는 정리 운동을 늘 형식처럼 느낀다. “대충 해도 되겠지”라며 건너뛰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을 가볍게 여긴다. 교육 현장도 닮아 있다. 수업의 시작 인사와 끝 인사는 교육의 정리 운동이다. 하루의 배움을 몸과 마음에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효율과 속도 앞에서 너무 쉽게 생략해 왔다. 인사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예절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며, 공동체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징후다. 학생은 수업을 ‘듣는 대상’이 되고,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으로 축소된다. 그 순간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된다. 교육의 온도가 내려가는 지점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고,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우리는 중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다. 물론 세계화는 중요하고, 글로벌 기준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지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인사로 관계를 시작하고, 인사로 하루를 마무리해 온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안에는 연장자에 대한 존중, 공동체에 대한 책임, 나보다 앞선 사람을 인정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인사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는 함께 존재한다’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속도는 빨라졌지만, 관계는 얕아졌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 결과 아이들은 점점 말이 줄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실패 앞에서 쉽게 무너진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는, 사실 자신을 지탱하는 가장 작은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은 거창한 커리큘럼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실 문을 열며 건네는 인사, 수업이 끝나고 서로에게 고개를 숙이는 그 짧은 순간에 교육의 본질이 있다. 운동에서 정리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망가지듯, 인사가 없는 교육은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우리는 다시 묻고 싶다. 지금 우리의 교육 현장은 누구를 닮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사를 되찾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하는 일이며, 교육이 다시 사람을 향하도록 방향을 잡는 일이다.
[사진] 경기의 승패를 떠나 경기 후에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는 농구팀 “사람을 향한 교육의 첫걸음”
다시 시작은 아주 작은 것에서 가능하다. 수업의 시작과 끝, “안녕하세요”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서부터…그 인사가 돌아올 때, 교육도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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